평화NGO선교: NGO활동 영향분석모형(정시구 교수)
본문
NGO의 역할
한국에서도 NGO와 시민사회가 정책과정과 사회체제 내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날로 증대하고 있다. 한국의 NGO는 1980년대 중반까지 군부권위주의적인 정권하에서 정부의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성장해 오다가 ‘6월 항쟁’을 정점으로 시민적 주체성 즉, 정치적 주권자로서의 자의식을 강하게 지닌 시민들이 주체로 나서면서 주로 정부권력을 비판·감시하고 대안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성장해 왔다. 한국의 NGO는 1990년대 한국 사회의 변화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과 기여를 해왔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활동들을 들자면, 첫째,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둘째, 시민대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제안과 요구, 그리고 그것의 제도화,
셋째, 시민사회에 대한 민주적 계몽과 조직화 등을 들 수 있다. 스미스(Smith)가 제시한 것으로, NGO가 수행하는 역할과 기능들은 그야말로 다양한 NGO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회개혁기능, 사회통합기능, 전통보존기능, 사회비판기능, 환류조정기능, 복지제공기능, 사회적 목적추구 기능, 경제체제 지원기능, 개인잠재력 성취기능, 여가기능 등이다.
NGO는 공공서비스의 생산, 국가권력의 견제, 국제원조, 모금활동과 같은 공익활동을 통하여 정부와 상호작용을 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현대에 와서 정책이 미치는 영향의 확대, 기술의 발달, 정보에 대한 욕구 강화 등으로 인하여 더욱 긴밀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NGO는 국가권력에 대하여 정당성을 부여하고 정부와 협력하여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국가권략에 대한 감시와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을 통하여 견제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NGO의 역할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로, 이슈 생산자의 역할이다. NGO는 정책형성 과정에서 수많은 사회문제를 사회적 이슈나 관심사로 부각시켜 정책결정자로 하여금 진지하게 고려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슈 생산자로서 NGO의 역할은 고립된 개인이 하기 어려운 일을 집단의 힘을 통해 제기할 경우 더욱 효과적이며, 환경문제의 특성상 복잡한 기술적인 부분은 정치사회적 영향력이나 전문성 강화 등에 의존하게 만든다.
둘째로, 정보 제공자의 대안 제시자의 역할이다. 정보 제공자로서의 역할은 NGO가 다양한 사회문제에 관한 정보를 선별하여 그 속에 자신들의 주장이나 요구를 담아서 구성원들이나 시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관심이나 지지를 획득하는 방법이며, 정보제공은 일반적인 것에서 특정 사안이나 쟁점에 관한 것까지 다양하다.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도 언론, 잡지, 소식지 등 매체를 활용하거나 시위, 서명, 공청회 등이나 자체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교육시키기도 한다. 정보제공 활동을 통해 NGO는 정보를 제공받는 사람들의 의식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시민운동의 기반을 확대시키는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셋째로 감시자로서의 역할이다. NGO를 통해 시민이 정책을 감시하고 그것을 둘러싼 비리와 부정을 사회적으로 쟁점화시키는 동시에 그 해결을 촉구함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민의 인권 및 재산권 침해를 감시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각종 권익 주창 활동 등이 그러한 예이다.
넷째로, 갈등 조정자의 역할이다. NGO는 공익단체로서 조직이나 활동가들을 위한 선택적·물질적 편익이 아닌 집합적 선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갈등 상황에 처한 당사자에게 전문화된 정보나 대안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이들을 공개적으로 정당한 공론의 장으로 나오게 하고, 대화와 설득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조정해 나가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NGO활동은 큰 흐름에서 보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NGO활동의 성공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 터너와 킬리언(Turner & Killian)은 사회운동의 사회적·정책적 영향분석을 하면서 하나의 유용한 출발점을 제공해 주었다. 그들은 어떤 사회운동조직의 성공 여부를 판별하는 3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첫째, 사회개혁을 위한 하나의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 둘째, 그들에게 유리한 권력 관계를 확립해야 한다. 셋째, 구성원의 민족을 증진시켜야 한다.
갬슨(Gamson)도 사회운동의 2가지 성공 기준으로서 저항조직으로서의 NGO활동이 하나의 조직으로서 맞게 되는 운명과 사회운동으로 통한 수혜자의 이익 배분이 실현된 것인가를 제시하였다. 첫 번째 기준의 핵심적 이슈는 국가와 같은 대상집단이 NGO활동의 정당성을 수용하는가의 여부이다. 두 번째 기준의 핵심적 이슈는 운동집단의 수혜자가 운동 기간 동안이나 아니면 후에 새로운 이익을 획득하는가의 여부이다.
갬슨의 기준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4가지 유형의 영향분석모형이 가능하다. 첫째는 완전한 실패로서 수용 거부와 새로운 이익 배분이 거절된 것이다(Ⅰ). 둘째는 흡수(cooptation)로서 집단으로서의 정당성은 수용되었지만 새로운 이익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Ⅱ). 셋째는 선매(preemption)로서 집단으로서의 수용은 거부되었으나 운동 목표인 새로운 이익은 달성한 것이다(Ⅲ). 넷째는 완전한 성공으로서 한 집단으로서의 정당성의 수용과 운동 목표인 새로운 이익이 달성한 경우이다(Ⅳ). 이러한 갬슨의 유형은 <그림1-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그림 1-1> NGO활동 영향분석모형
정당성 수용 | |||||
완 전 반응 | 흡수 | ||||
새로운 이익 | Ⅳ | Ⅱ | 이익 없음 | ||
Ⅲ | Ⅰ | ||||
선매(先賣) | 실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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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성 미수용 |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NGO활동 흐름의 변화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정치적 기회구조의 변화이다. 한국은 6.10민주화 운동 이후 급격히 성장한 시민운동으로 과거와는 달리 외부의 자원동원이 용이해지고 헌신적이고 유능한 사회운동 지도자가 시민활동가로 변신하였다. 또한 이들이 정관계에 진출하여 정책 반영이 용이해 지고 정부 부문에서도 시민단체와 여러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유지하려고 한다.
둘째로, 목표설정 및 전략의 수립의 변화이다. 한국의 NGO활동은 단순히 탈이념적인 생활개혁운동이나 시민참여운동이 아닌 전 사회적 개혁을 원하는 사회변혁운동적 성격을 띤다. 개혁의 목표애서도 추상적인 것이 아닌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실제적인 목표를 정해 놓고 모든 국민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단기적인 성과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이슈화에 성공하였으며 미진한 부분에 대한 후속적인 전략도 상당 부분 이루어졌다.
셋째로, NGO 간 네트워크화의 성공이다. NGO단체는 국민적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이슈에 대해 NGO단체 간 연대활동을 함으로써 개별 NGO가 할 수 있는 역량을 크게 상회하는 자원동원 역량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운동성과를 높일 수 있다. 개별 NGO의 영세한 재정규모의 한계를 극복하며 NGO가 가진 조직적 느슨한 연계성(loosely-coupled connection)과 이슈에 따라 신속하게 응집되는 특성이 운동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국제적인 연대화도 시도함으로써 이슈에 대한 국제적 저변 확대를 및 활동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넷째로, 제도권 내에서의 운동 방식의 변화이다. 과거 불법적이고 과격한 투쟁 방식은 초기 단계에서 이슈를 널리 알리기는 쉽지만 사회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시민단체 구성원의 구속으로 이어지는 일도 불가피하다. 그러므로 사회적 파급성이 큰 이슈를 중심으로 합법적인 투쟁을 하는 것으로 선회하였다. 이는 단기적인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상당하 효과가 있다. 그리고 관련 법률의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 법 개정운동을 통해 먼저 법률을 개정해 합법적인 운동공간을 마련하고 2차적인 개혁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실련의 ‘권익운동’이나 참여연대의 ‘작은 권리찾기운동’은 상당히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국민의 권리 중에 하나이지만 권리확보 비용이 높아 그동안 포기하고 있던 생활영역의 권리를 발굴해 이를 되돌려 주는 NGO활동이기 때문이다.
다섯째로, 제도개혁의 연계로의 변화이다. NGO활동의 성과는 관련 법률과 제도의 도입으로 나타나고 있다. 4.13총선에서의 낙천·낙선운동과 같은 활동방식은 일회적인 충격 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그것은 단순히 개인을 대상으로 한 인적 청산이 아닌 제도개혁으로 이어져야만 지속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로, 운동의 지속화로 NGO는 지속적으로 법제도의 개선 요구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선거과정에서 후보자에게 관련 공약을 요구하고 있다. 믈론 이것이 제도화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얻어낸 성과에 만족하거나 운동역량을 분산시키지 않고 지속함으로써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계속 유지해 왔다.
이상과 같이 한국의 NGO활동이 긍정적 측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 지금 한국의 시민운동과 시민단체가 기로에 서 있으며 2001년 이후 NGO에 대한 신뢰도도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십 년 사이 우리 사회 내에서 시민운동과 시민단체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조금씩 높아져 왔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예의주시해 온 관련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NGO와 시민운동이 지금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걱정한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우선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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